칼럼사설
[사설] 설계공모 심사방식 적폐청산
2018-08-07 09:58:11 | 아키타임즈

우리 건축사들이 꿈꾸는 한 가지 공통적인 소망 가운데 설계공모 당선이 있다. 신진 건축사들에겐 자신을 세상에 내어놓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든든한 라인과 두터운 고객층이 부족한 많은 건축사들에겐 유감없이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여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작가로서의 자존감을 더 높이는 쾌거임에 틀림없다. 유사 이래 수많은 무명작가들이 이런 과정을 통하여 대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으니 건축사라면 누구나 꿈꾸는 야망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공모방식은 공정한 기회로 설계자를 선정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최상의 방법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고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으며, 다양한 팀에 의해 훌륭한 결과물이 줄을 잇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지 못하다. 언제부턴가 공모 참가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희한한 궤변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이는 각자의 디자인 능력, 기술력, 경제력, 기타 인력과 시간 등 많은 이유에서 아무나 덜컥 도전하기엔 무리일 수 있다는 논지로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 보다는 본질 이외에는 별로 내세울게 없는 내가 제출한 작품이 본질만으로 재대로 평가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 아무리 훌륭한 심사위원이 선정된다 하더라도 과연 수많은 밤을 지새워가며 만든 계획안들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하여 정확히 우열을 가려내는 것이 옳은 방식인지, 발주처의 평가방법, 점수배분방식은 제대로 공정하게 짜여 있는지, 즉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가장 큰 이유임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껏 2등이 1등보다 나아보이는 많은 사례들이 이러한 불신에 기름을 붓는 역할도 해 왔고…. 신이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찌 절대적인 공정성과 완벽한 선정방식이 있을까 만은 늘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 설계공모 범위가 계속 확대될 전망이다. 남의 잔치인양 팔짱끼고 방관하는 시기는 지났다. 우리 스스로를 위하여, 미래의 후배 건축사들을 위해서라도 이제 우리가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우선 눈을 현혹하는 과도한 그래픽처럼 경제적 부담이 큰 표현방식은 제한하고 본질인 아이디어에 집중할 수 있게 판을 바꾸어야 한다. 점수 배분식 평가방법도 사업의 특성에 따라 달리 하며, 심사위원 한두 명에 의해 독단적인 결과가 나오는 배분율도 고민해야 한다. 이 정도면 참 공정하다 할 만한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
행정관청뿐만 아니라 관련 단체 중에서도 핵심 전문단체이며 직접적 당사자인 우리 건축사들이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제도, 지침을 보완하고 바꾸어 나가는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공감대를 형성시켜 나가자. 남 탓할 필요 없이 각자 윤리의식도 재정비하고 공모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를 행하자. 그리하여 편법을 사전에 차단하고 자연스럽게 올바른 분위기가 정착되도록 해야 할 때다.
요즈음 유행처럼 번지는 적폐청산, 가장 시급한 부분이다.
논설위원(simism@hanmail.net)
출처 : 건축사신문 http://www.archinews.net/?doc=news/read.htm&ns_id=13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