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설
[계륵] 언더독의 반란을 꿈꾸며
2018-08-07 09:59:51 | 아키타임즈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독일의 경기가 열리던 날. 아무도 독일의 패배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었을 것이다. 16강전에서 보여준 대한민국의 경기력이 신통치 않은 부분도 물론 있었겠지만, 독일이란 팀이 어떤 팀인가. FIFA랭킹 1위 팀으로,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 10전 전승, 43득점 4실점을 기록하며 어느 월드컵 때보다 완벽한 팀이라는 찬사를 들었던 팀이 아니었던가. 거기에 비하면 FIFA랭킹 57위로 예선 4승1무3패로 힘들게 본선진출하게 된 대한민국의 성적은 초라할 뿐이었다. 당연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되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신화의 다윗처럼 승리하였다.
전 세계는 이를 두고 언더독의 반란이라며, 이번 월드컵 최대 이변의 하나로 꼽으며 열광하였다. 언더독(Underdog)이란, 투견장에서 위에서 내리누르는 개를 탑독(Topdog) 또는 오버독(Overdog)이라 하고, 아래에 깔린 개를 언더독(Underdog)이라는 데서 유래하였다. 약자가 승리하기를 바라는 심리나, 그들을 응원하게 되는 현상을 ‘언더독 효과’라 하고, 언더독이 탑독을 이겼을 때 그 극적인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선거나 드라마, 영화 등 사회적 현상 전반에 걸쳐 작용하며, 세상은 약자들이 강자를 이겼을 때 많은 변화와 혁신을 이루어 왔었다.
지금 건축계를 들여다보면 어떠한가. 한 달에도 수십 개의 건축 공모전이 열린다. 그러나 그 결과 승자들은 대형사무소이거나,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사무소들이 대부분인 경우가 현실이다. 신진건축사들이나 소형사무소들이 설계공모를 통하여 당선되기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기처럼 어려운 게 현실이며, 심지어 당선 가능성이 있는 사무소가 작품을 제출한다고 하면 제출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물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하여서는 실력도 필요하겠지만, 그 외적으로 정보력, 노동력, 자본력 등 많은 요소들이 작용한다. 이러한 경쟁에서 막대한 자본력과 정보력을 가진 사무소들을 이기기란 쉽지 않겠지만, 설계공모는 네트워크나 재정적 상황이 녹록지 않고,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사무소들이 수주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 중 하나이다. 그러기에 그들은 오늘도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우리는 그들의 승리를 더욱 기뻐한다. 그들의 승리가 얼마나 힘들고 값진 것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설계공모는 무엇보다도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대결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며, 그 결과 더 많은 언더독들이 건축계에 짜릿한 반란을 일으키기를 꿈꾼다.
논설위원(simism@hanmail.net)
출처 : 건축사신문 http://www.archinews.net/?doc=news/read.htm&ns_id=13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