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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사진으로 보는 건축] 법향(法香)에 기대어 누리는 사색의 시간, 양산 통도사
2018-08-28 14:47:49  |  아키타임즈 

 

 

 

 

맹렬히 더위를 자랑했던 여름이 어느새 가을의 초입으로 방향을 바꿔 들어선다. 지난 시간을 더듬어볼 새 없이 계절은 속절없이 성큼 흘러간다. 일 년에 네 번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지만, 계절이 바뀌는 그 경계선에서는 늘 지나가는 것들에 대해 초연해지기가 쉽지 않다. 내 마음과 같지 않고 내 마음처럼 되지 않는 계절, 가을이다 

괜스레 마음이 뒤숭숭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계절, 가을. 이런 때 가을의 산사(山寺)는 짙어지는 단풍의 향연 속에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는 고마운 친구다. 가을이 지닌 쓸쓸함과 산사가 지닌 고요함이 빚어내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지친 일상을 통과하여 사색의 시간을 선사한다. 경내에 발을 들이면 불어오는 향냄새는 세속에서 때 묻은 욕심, 근심을 모두 씻겨주는 것만 같다. 법향(法香)에 기대어 누리는 사색의 시간, 양산 통도사를 찾았다.

    

 

 

 

 

한국의 3대 사찰 중 하나인 양산 통도사는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봉안하고 있는 불보사찰이다. 최근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시민과 관광객들의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통도사는 신라 선덕여왕 15(646)에 당나라에서 유학하던 자장율사가 석가모니가 입었던 가사와 진신사리를 가져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삼보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손꼽히는 불보사찰의 명성을 얻었다. 통도사의 사명에 얽힌 유래도 창건 설화와 맥락을 함께 한다.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모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통도사라는 사명이 붙었다. 이는 통도사의 근본정신을 일컫는다. 인간과 하늘의 스승이 되고자 출가하려는 자들은 부처님께서 행하시고 손수 실천하신 계율을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익히고 배워야만 승려가 된다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사찰 내의 탑, 석등을 위시한 무수한 문화재들과 영축산이 자랑하는 대자연, 그 속에서 꽃피운 위대한 고승과 수행자들의 기운이 깃들어있다.

 

 

 

 

 

통도사 산문에 다다르면 무풍한송로(舞風寒松路)’라는 숲이 펼쳐진다. 말 그대로 바람이 춤추고 서늘한 소나무가 반기는 숲길이다. 산문에서 무풍한송로를 따라 사찰 맨 안쪽까지 도착하는 데는 1km에 달한다. 사찰 내 건축물은 60여 채에 이른다. 한국 3대 사찰답게 유모차와 휠체어 등 교통약자를 배려한 편의시설도 갖추어져있다. 

 

 

 

 

 

일주문을 통과하면 사천왕문 사이로 대웅전을 비롯한 사찰 전각과 통도사를 품고 있는 영축산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 속에 있는 절이지만 평면 가람배치가 이루어져 있어 이동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다. 특히 통도사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 기법이라 불리는 차경(건물의 창과 문을 액자처럼 활용하여 경치를 감상하는 것을 일컫는 건축 용어)이 잘 되어 있어 조경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대웅전 뒤로는 자장율사가 독을 품은 아홉 마리의 용과 싸워 여덟 마리를 내쫓고 터를 지키겠다고 맹세한 한 마리만 남긴 채 통도사를 창건했다는 구룡지가 보인다. 이 구룡지에는 사계절 내내 연못에 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설을 지니고 있다.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통도사 금강계단은 송광사, 해인사와 더불어 3보 사찰로 꼽히는 통도사는 국보 제290호인 대웅전과 금강계단을 포함해 보물 18, 경남유형문화재 50점을 보유한 불교 문화재의 산실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 산내 암자만 20여 곳에 달하니 가히 산사의 명성에 걸맞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불가의 가르침은 때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는 쉼표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어떤 이론과 가르침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어떻게 하면 인생을 좀 더 수월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모든 문제의 원인은 밖이 아닌 내 안에 있으며, 그러므로 문제에 대한 답을 구하는 일도 내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내 안에서 답을 구하는 일이 참된 나를 알아가는 일임과 동시에 진정한 행복의 근원을 스스로 찾아나서는 방법인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본성을 찾고 깨달음에 이르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가의 가르침은 성별과 신분을 불문하고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치다. 부처가 된다는 것은 나 이외의 중생을 빠짐없이 모두 감싸 안는 것. 헛된 집착과 욕심은 버리고 지혜와 자비를 베푸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너무나도 많은 것을 채우려고 하고 또 어렵게 채운 것을 비우려고 한다. 하지만 불가는 채우지도 비우지도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는 일, 때로는 복잡한 일상에서 벗어나 법향에 기대어 한걸음 쉬어가는 것은 어떨까.

 

 

 

사진 출처

http://www.tongdosa.or.kr/kor/index.php

https://www.flickr.com/photos/qfzz/16831039827
https://www.flickr.com/photos/dmrcollection/2397158919
https://www.flickr.com/photos/dmrcollection/2397169263
https://www.flickr.com/photos/qfzz/17038122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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