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플랫폼 아키타임즈에서는 블로거가 여행을 통해 직접 경험한 세계 건축물의 정보와 견해를 콘텐츠로 기획하여 연재합니다. 블로거의 여행기를 통하여 세계 유명 관광지와 건축물에 대한 정보를 독자들께 제공합니다. 60개국 이상을 여행하며 자유로운 여행기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별나라」님의 '달콤살벌 멕시코 여행기'를 총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여행기의 글과 사진에 대한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 전재, 복사, 배포를 금지합니다.)
[달콤살벌 멕시코 여행] 두 얼굴의 도시 멕시코시티
아무리 여행의 고수라도 피하고 싶은 순간은 있기 마련입니다. 악명 높은 낯선 도시에 밤늦게 도착하는 것. 수채화처럼 말간 과나후아또를 떠나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도착한 것은 밤늦은 시각이었습니다. 길고도 긴 줄을 기다려 택시를 타고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고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버린 멕시코시티의 도로를 보니 바람에 날아다니는 비닐봉지조차 무서워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택시기사는 오늘밤 묵을 숙소의 주소를 연신 갸우뚱거리며 보더니 동네를 돌고 돌아 ‘어딘지 잘 모르겠으나 이 근처’라며 등 떠밀 듯 내려주었습니다. 최악의 숙소는 지저분한 숙소가 아니라 택시기사도 모르는 주소를 가진 숙소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개미새끼조차 돌아다닐 것 같지 않은 멕시코시티의 밤거리. 잘 여행할 수 있을까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다-멕시코시티의 낮
멕시코시티의 심장 소칼로 광장[Zocalo Square]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뒤엉켜있고 대형버스들의 클락션 소리가 경쟁하듯 울려 퍼집니다. 지난밤의 그 을씨년스러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습니다.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만들어진 소칼로 광장은 얼핏 보면 유럽풍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 스멀스멀 올라오는 특유의 냄새와 멕시칸들의 부산스러움이 뒤섞여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냅니다. 소칼로 광장의 랜드마크인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Mexico City Metropolitan Cathedral]은 240년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대성당 안은 그 옛날 멕시코에서 넘쳐났나는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아즈텍 문명을 누리며 황금으로 호화로웠던 멕시코는 그 황금을 빼앗으러 온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짓밟혀지고 아즈텍 문명위에 가톨릭 성당을 세웠다고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땅 속에는 아즈텍 문명이, 땅 위에는 스페인 문명이 공존하는 곳이죠. 대성당 옆을 살짝 돌아가면 일부분만 발굴해 논 아즈텍 문명의 중앙사원 ‘템플로 마요르’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모두 다 발굴을 하면 소칼로 광장 인근을 모두 걷어내야 하다고 하는데...영원히 땅 속에 묻혀야 하는 슬픈 운명인가 봅니다.
▲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땅 속에는 아즈텍 문명이 잠자고 있어요) 1
▲ 템플 마요르 - 발굴 중인 아즈텍 신전 2
▲ 국립궁전에 있는 내부 벽화-디에고 리베라의 작품 3
역시 소칼로 광장에 접해있는 국립궁전 내부벽화는 멕시코의 대표화가 디에고 리베라가 그린 엄청난 규모의 벽화입니다. 아즈텍의 부흥과 스페인의 침략, 그리고 멕시코 독립의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계단을 돌아가며 벽화가 있어 사진에 담기가 너무 어려웠고 벽화 안에 담긴 수많은 사람들의 스토리가 마치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했습니다.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La Casa Azul] - 한 여자의 격정적 인생이 담긴 곳
멕시코시티 여행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곳, 프리다 칼로의 집입니다. 담벼락부터 범상치 않은 코발트 블루가 짙게 칠해져 있었습니다. 이른 시각에도 불구하고 담벼락을 돌고 돌아 이곳을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었어요. 프리다 칼로는 스스로 화가이자 혁명가이며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이기를 바랐던 결코 평범할 수 없는 인생을 짧게 살다갔습니다. 어렸을 때는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고 성년이 되어서는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부서지다시피 했습니다. 22살에 21살 연상의 디에고 리베라를 만나 그의 세 번째 부인이 되었으며, 그를 열렬히 사랑했으나 디에고의 계속된 외도로 힘들어하게 됩니다. 또한 멕시코로 망명한 러시아 혁명가 트로츠키를 만나 사람의 감정을 느끼게 되나 트로츠키가 암살당하고 말았습니다. 걸을 수 없게 되어 거의 침대에 누워 그림을 그린 프리다 칼로. 침대위에 거울을 달고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며 자화상을 그렸다고 합니다.
▲ 프리다 칼로 뮤지엄 4
▲ 프리다 칼로가 그린 자화상 5
▲ 프리다 칼로의 화구들 6-1
▲ 프리다 칼로의 거울 달린 침대 6-2
혹시 멕시코를 여행하실 계획이라면 ‘프리다칼로’라는 영화를 꼭 보고 여행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그녀의 격정적이었던 인생에 대해 알고 나면 지금은 뮤지엄인 그녀의 집에 있는 하나 하나가 달리 보일 것입니다. 뮤지엄에 들어서면 그녀가 남긴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홀을 가득 메워 사진 찍기가 힘들 정도 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그녀의 방. 프리다 칼로가 누워서 그림을 그렸던 침대와 걸을 수 없게 된 이후 사용했던 나무로 된 휠체어, 그리고 그녀가 사용했던 화구들이 마치 어제도 사용한 듯 일상적인 모습으로 놓여있었습니다. 이층 코너에 위치해 있어 두면의 벽이 모두 창문으로 된 그녀의 방은 햇빛이 잘 들어왔으며 꽤 넓은 정원이 내려다 보였습니다. 눈길을 뗄 수 없었던 책상 위에 놓인 형형색색의 안료들. 이때는 미처 예상도 못했어요. 저도 그림을 그리는 취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집 안 구경을 마치면 자연스레 정원으로 나오게 됩니다. 누가 봐도 멕시코 향기가 물씬 나는 정원에서 그녀를 추억하며 이런 집 참 멋지구나!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프리다 칼로의 푸른 집은 방콕의 짐 톰슨의 집과 더불어 마음을 격하게 흔들었던 아름다운 집으로 제 마음 속에 남았습니다.
▲ 프리다 칼로 푸른 집의 정원 6-4
과달루페 성모마리아 바실리카 - 성모마리아 발현지
납치와 강도 등 치안이 정말 좋지 않은 멕시코시티에 로마 바티칸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성지순례지가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시나요? 1531년 멕시코 원주민 후안 디에고에게 멕시코 원주민 모습을 하고 원주민어를 사용하는 성모 마리아가 발현하여 자신이 나타난 곳에 성당을 세우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완성된 곳이 1695년에 지어지기 시작해 1709년에 완성된 과달루페 성모마리아 바실리카입니다. 하지만 지반 침하로 성당이 기울어지기 시작했고 그래서 바로 그 옆에 만 오천 명이 넘는 신자를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바실리카가 건축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보면 구 바실리카 성당이 기울어진 모습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에 그렇게 큰 건축물을 지은 것은 괜찮은지 모르겠네요. 하여간 엄청난 규모의 새로은 바실리카 성당 안에는 입구까지 꽉꽉 메워진 가톨릭 신자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어 들어갈 수조차 없었습니다.
▲ 기울어져 있는 옛 과달루페 성모마리아 바실리카 7
▲ 새로지은 신 과달루페 성모마리아 바실리카 (구 바실리카와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어요) 8
▲ 테페약 언덕에 있는 성모마리아상 9
새로 건축한 신 바실리카 안에는 후안 디에고의 ‘틸마’라고 불리우는 망또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그려진 성모마리아 상은 거의 오백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내고 형태와 색감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현대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성모상의 눈동자 안에는 후안 디에고의 모습까지 비쳐져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그 성모상의 모습이 바로 뒤에 있는 테페약 언덕에 동상으로 세워져 있었습니다. 푸른 망또를 두른 원주민 피부색을 한 성모마리아입니다. 과달루페 성당 앞에는 엄청나게 넓은 규모의 광장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성모마리아를 기념하기 위한 춤판이 거나하게 벌어지고 있었는데 너무나 멕시코스러운 전통 춤이어서 가톨릭이 많이 토착화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하여간 춤은 처음에는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생경한 모습이었으나 자꾸 보다보니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성모마리아를 기념한다고 하기에는 사실 살짝 복장불량인 것처럼 보였는데 이것도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하며 춤판이 끝난 댄서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성모마리아를 기념하는 멕시코 전통 춤 10
태양의 피라미드 & 달의 피라미드 - 신들의 도시 테오티우아칸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를 타고 김동률의 ‘출발’을 들으며 소풍을 가듯 테오티우아칸으로 향했습니다.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곳은 기원전 2세기 경 한 변 길이가 230m, 높이가 66m로 1억개의 벽돌을 쌓아서 만든 태양신을 모시는 ‘태양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내부에 묘는 없었고 정상으로 올라가려면 236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했습니다. 태양이 하지에 피라미드 정면에 오도록 설계되었다는 이곳은 태양의 기운을 흠뻑 빨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태양의 피라미드에서는 달의 피라미드가 멀리서 보입니다. 이곳에서 오래 앉아있으려면 물과 양산이 필수. 태양의 피라미드를 내려와 테오티우아칸 중앙을 가로지르는 ‘죽은자의 길’이라 불리는 폭이 40~100m, 원래 길이가 5.5km나 된다는 가도 가도 끝도 없는 길을 태양과 싸우며 걸어갔습니다. 정신이 거의 혼미해질 무렵 그 길 끝에 있는 인신공양을 드렸다는 ‘달의 피라미드’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계단을 오르는 자와 오르지 않는 자. 하지만 오르지 않으면 후회하게 됩니다. 달의 피라미드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가장 멋지거든요!
▲ 태양의 피라미드 11
▲ 달의 피라미드 12
▲ 달의 피라미드에서 내려다본 광장과 죽은자의 길, 그리고 태양의 피라미드 13
달의 피라미드에 앉아 멀리까지 뻗어 있는 테오티우아칸을 바라보노라면 이 고대 도시가 철저하고도 정교하게 계획되어 건설된 도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죽은 자의 길 좌우로 늘어서 있는 많은 구조물들과 광장, 그리고 주택들. 하지만 그 끝에 사람의 심장과 피를 제물로 바쳤던 피라미드가 버티고 있는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었을 사람들은 7세기 초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그들이 누구였는지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분명한 사실은 이렇게 큰 도시를 건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남긴 유산인 이 텅 빈 도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는 것. 그 옛날 낭자하게 피로 물들었던 달의 피라미드 정상에는 태양의 열기만이 가득했고 역사의 흥망성쇠가 있듯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태양의 뜨거움에 지친 여행객들은 나른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피라미드를 내려갑니다. 다음 여행지가 기다리니까요.
▲ 멕시코 돈 14
▲멕시코시티의 시장 15
필자 약력 필명: 별나라블로그: 별나라♡지구에 반한 이야기 https://blog.naver.com/arias090여행이력: 2018 미국(시카고, 동부), 캐나다 동부, 베트남, 중국 쿤밍, 구이저우2017 프랑스, 그리스, 몰타, 이탈리아 소도시,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로키2016 멕시코, 과테말라, 미국 서부 캐년 여행, 러시아,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돌로미티2014 말레이시아, 태국 꼬리뻬, 베트남2013 남미 5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2012 태국(방콕, 크라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2011 케냐, 탄자니아 2010 중동4개국, 아이슬란드, 북유럽 3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2010년 이전 주요여행지 크로아티아, 스페인, 포르투갈, 호주, 인도, 두바이, 터키, 서유럽, 동남아, 일본 등
필자 약력
필명: 별나라블로그: 별나라♡지구에 반한 이야기 https://blog.naver.com/arias090여행이력: 2018 미국(시카고, 동부), 캐나다 동부, 베트남, 중국 쿤밍, 구이저우2017 프랑스, 그리스, 몰타, 이탈리아 소도시,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로키2016 멕시코, 과테말라, 미국 서부 캐년 여행, 러시아,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탈리아 돌로미티2014 말레이시아, 태국 꼬리뻬, 베트남2013 남미 5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페루)2012 태국(방콕, 크라비),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2011 케냐, 탄자니아 2010 중동4개국, 아이슬란드, 북유럽 3국(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2010년 이전 주요여행지 크로아티아, 스페인, 포르투갈, 호주, 인도, 두바이, 터키, 서유럽, 동남아, 일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