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여행기
제 3편.까사바트요(2)
2017-06-05 10:19:27 | 아키타임즈

그라시아 거리가 한 눈에 펼쳐지는 이 공간은 창문을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으며, 창 사이에는 따로 칸막이가 없다.
그래서 모든 창문을 다 개방하게 되면 하나의 독특하고 거대한 창문이 되는데 바르셀로나의 메인 도심 속에 그대로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 메인룸은 건축주인 바트요 가족이 실제로 거주했던 공간이라고 한다.
까사 바트요는 공동 주택인데 그 중에서도 가우디가 가장 화려하게 마감한 실내 장식이 돋보이는 곳이다.
현재에도 중요한 회의나 상류층의 결혼식 장소로 대여되고 있다.
회오리 모양의 천장 한 가운데에 있는 이 조명 역시 가우디의 작품이다.
소용돌이 모양의 천장은 회반죽을 발라서 경계를 표현했고 조명은 판자 조각들로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태양을 연상케하는 조명은 공간에 비해 조금은 크기가 작다고 느껴지나 분명히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의 힘이 느껴진다.
스테인드 글라스의 질감표현도 제각각 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이 곳에서 사는 동안 바르셀로나 시내 풍경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을 것 같다.
개인의 방이라기 보단 손님이 오면 모시는 접견실 정도로 사용했다고 하니 내가 손님이었다면 무슨 핑계를 대서라도
자주 찾았으리라~ 그런 상상을 했다. ^^
#05. 타일이 빠지면 가우디가 아니지!
메인 룸을 구경했다면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신비한 세계가 시작된다.
이 곳을 지나면, 가우디가 사랑한 타일과 모자이크들을 실컷 구경할 수 있으니 찬찬히 더 둘러보자.
방을 하나 빠져 나왔을뿐인데 갑자기 생경한 계단실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그렇다. 까사바트요는 가운데가 뻥 뚫린 우물천장을 두고 있는 구조로 건물의 가운데는 계단실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의 유리는 불투명하지만 고급스럽고 화려하다.
고풍스러운 엘리베이터 문고리도 그냥 지나치지 말자.
엘리베이터는 각 층마다 오픈된 공간 사이를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고, 중앙에는 천장까지 뚫린 중정이 나타난다
계단을 따라 일층으로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 보기로 했다.
위를 올려다보면 감탄사만 연발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하늘색 빛 타일로 모든 면이 장식되어 있고 천장으로 자연빛이 유입된다.
내부의 조명등은 노란빛인데 자연광과 어울려 타일이 더욱 오묘하고 부드럽게... 마치 동화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다.
까사 바트요는 이처럼 외관의 모습과 내부 공간이 조금은 충돌한다고나 할까?
겉으로 보면 아주 세고 거칠어 보이지만 속은 한없이 여리고 순수하달까?
직접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진 정리를 하면서 '여기가 같은 건축물이 맞았나?' 싶을 정도로 상반되는 매력이 넘친다.
#06. 반전을 거듭하는 야외 공간
2층에는 야외 정원으로 통하는 곳이 있는데 지금은 기념품 가게가 입점되어 있다.
가게 앞에는 가우디가 디자인한 여러 의자들이 있는데 가격은 한화로 100만원 선부터 다양하다.
경쾌한 모자이크 타일바닥 야외 공원 곳곳에도 타일로 섬세하게 조각된 벽과 조각품들을 볼 수 있다.
건물 뒤쪽은 크게 물결치는 단철 난간이 보안과 장식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길 시공하는 인부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을만큼 바닥도, 벽도, 조각품들도 죄다 모자이크 기법이 혀를 내두르게 만든다.
왜 꼭대기층이 아닌 2층에서 건축주 부부가 거주했는지에 대한 해답을 이 프라이빗한 공간이 말해주고 있다.
#07. 반전에 반전 추가요!!!
계단을 올라 꼭대기 층으로 가까워질수록 천정구조가 눈에 들어온다.
아치형의 뼈대로 이루어진 천장에는 숨겨진 공간이 있는데 우선은 감상해 보자.
천장 끝으로 올라오면 숨겨진 복도 공간이 나오는데 아치형태의 뼈 사이사이로 측면에 창이 만들어져 있다.
맨 윗층의 다락방 같은 곳인데 벽돌로 된 아치가 만들어져 있다.
당시에는 창고로 사용되었고 현재는 작은 가우디 미술관으로 사랑받는 공간이다.
측면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 성당에서 볼 수 있는 형식과 아주 유사한데 아마도 가우디가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을 창조해 냈으리라 짐작케 한다.
#07. 가우디에게 지붕이란
까사 밀라의 지붕은 야외정원으로 꾸며져 있어 이미 스타워즈의 인기 있는 캐릭터로 그 유명세에 대해선 두 말하면 잔소리다.
까사 바트요는 그에 비해선 비교적 지붕이 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까사 바트요의 '뼈'모양이 워낙 악센트가 되기 때문이다.
허나 역시 가우디의 공동 주택이라면 꼭 빼놓지 말고 보아야 할 곳이 '지붕'공간이다.
까사 바트요의 지붕도 단순한 지붕이 아니다.
이 건물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작은 공원과도 같은 기능을 수행했으며, 가우디의 신념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다.
굴뚝의 역할을 하는 뾰족한 네 개의 타워는 십자가 모양의 추기경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식물의 생명을 불러 일으키는 뿌리 모양같기도 하고 꽃 모양 같기도 한데 여러 색의 조각 타일들로 아주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십자가가 있는 탑에는 예수를 뜻하는 JHS가 새겨져 있는데, 가우디의 깊은 신앙심을 보여주고 있다.
가우디는 건물의 용도나 규모와 상관없이 자신의 모든 작품은 단순히 '돈 벌이'가 아닌 신앙심과 건축에 대한 영혼을 불살랐다.
그가 만든 십자가는 이탈리아의 내로라하는 성당들의 십자가보다 크기는 작을지 몰라도 존재감은 대단하다.
십자가 하나만 보더라도 얼마나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했을지가 눈에 선하다.
까사 바트요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훌륭한 문화재이다.
가우디의 작품들은 분명 세기를 뛰어넘을만큼 놀랄만한 독창성이 돋보이며 예술적인 가치가 있다.
고정관념이나 상식을 넘어선 천재적인 아이디어, 바닥과 천장, 야외공간, 가구와 조명까지 건축물과의 조화를 고려한 섬세함과
집중력, 겸손하고 깊은 그의 신앙심.....
어느 여행사의 '가우디 건축투어'일정에서 성가족 대성당만 상세히 들여다보고 나머지는 외관만 대충 훑어보고 나오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바르셀로나를 방문한다면 꼭 티켓을 끊고 백 여년전의 위대한 건축가의 영혼과 조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