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새롭게 출범한 민선 7기 부산광역시장의 취임사에서 오거돈 시장은 시정의 목표와 방향을 ‘시민이 행복한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으로 제시하였다. 이를 위해서 서울을 롤모델로 삼을 것이 아니라 부산만의 잠재력과 특성을 살린 해양도시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오랜 시간에 걸쳐 근대사회로 변화한 서구의 도시와는 달리 압축된 에너지와 급속한 성장이 필요했던 부산의 경우 선진도시를 벤치마킹하는 방법이 효과적이었다. 이른바 선진사례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를 통해 습득한 디자인과 건축방법들은 짧은 시간에 부산을 근대도시로 변신시켰다. 현재도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벤치마킹한 부산시민공원,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와 북항 오페라하우스, 용산 전쟁박물관과 부산 제2전쟁박물관 사업 등 Case Study를 통한 방법들이 여전히 유효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편, 2018년 세계적 여행 안내서인 ‘론니 플래닛’은 ‘아시아 최고의 여행지’로 자연과 전통문화 축제가 어우러진 부산을 선정한 바 있으며, 2017년 미국 뉴욕타임즈(NYT)가 추천한 세계여행지로 부산이 소개되었다. ‘공구상가에서 카페거리로 변한 전포동 일대’, ‘디자인 카페로 변신한 백제병원’ 등 부산의 매력적인 장소와 공간들을 대표적 관광지로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사례를 통해 벤치마킹을 한 결과가 아니라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부산지역만이 갖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장소들이 디자인과 만나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신한 결과들이다.
빅데이터 전문가들 역시 미래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누구와 언제’ 혹은 ‘무엇을 했는가’라는 도시에서의 보편적 경험보다는 ‘나만의 장소’, ‘내가 어디에’, ‘내가 누구인가’라는 개인적 경험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뉴욕, 파리, 런던, 동경 등 세계의 주요도시들은 이미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살린 건축과 디자인으로 타 도시와는 차별화된 도시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뉴욕 이스트강의 루즈벨트 아이슬란드는 친환경 공원과 건축으로, 스웨덴 말뫼와 영국의 리버풀은 등은 낙후되었던 해양공간을 지역의 역사와 문화자원을 통해 매력적인 공간으로 변신시킨 바 있다.
이제 부산도 선진도시들을 Case Study한 벤치마킹보다는 부산의 독창적인 장소와 매력적인 공간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지역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증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민선 7기 시장의 취임사 중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의 건설, 시민이 행복한 도시, 시민과 소통하는 시장’을 3대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부산의 특성을 살린, 시민과 소통하는 행복한 도시부산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시민과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동안 부산의 주요 공공사업들은 누가 어떻게 기획하고 추진하였는지 알지도 못한 채 준공식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이들은 사업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위해 시민과의 대화는 생략한 채 표준화된 의견만을 반영한 결과였다. 짧은 시간에 경제적으로는 비약적으로 성장하였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적 삶과 지역문화는 도외시된 채 때로는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주민과 사업주체간의 갈등과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소수집단과 개인은 희생을 강요하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낙후된 건축물과 지역의 환경개선 사업마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더라도 지역민과 소통하고, 지역의 역사문화와 개인적 가치마저도 존중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1세기 사회는 더 이상 미래를 위한 개발이냐, 개인적 가치와 지역문화의 보존이냐라는 양자택일의 선택적 문제가 아니라 상호 존중하면서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방법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는 도시의 모든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외과적 방법이 아니라 기존사회의 가치를 존중하고 이들을 위한 지속가능한 삶이 유지되는 침술적 방법이기도 하다. 이미 마스터 플랜(Master Plan)이 갖는 허망함을 인지한 세계 도시들은 한 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는 재개발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절실하고 필요한 부분 부분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며 바꾸어가는 점진적인 재개발 방법을 주목하고 있다.
만약 민선 7기 시정의 방향이 다이나믹하고 화려한 도시보다 시민과 소통하는 행복한 도시, 지속가능한 도시에 가치를 두고 있다면, 개발과 발전의 속도를 위한 선택보다는 늦는 한이 있더라도 서로의 존재와 가치를 존중하는 방법 속에 행복한 도시, 부산의 미래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지역의 특성을 살린, 시민과 소통하는 행복한 도시, 부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행정가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20세기 양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부산시민의 기억과 추억을 담고 있는 문화자산과 미래 발전이 공존하는 건축적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출처 : 건축사신문 http://www.archinews.net/?doc=news/read.htm&ns_id=13194